2025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표팀에 외국 태생의 혼혈 선수가 최초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독일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 소속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다.
카스트로프는 2003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이중국적을 지닌 덕분에 축구 대표팀 소속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여러 해 동안 대한민국과 독일 대표팀 사이에서 그의 국가대표팀 선택은 큰 화제가 되어왔다.
옌스 카스트로프는 어린 시절부터 독일 내에서 축구를 배웠고, 뒤셀도르프와 쾰른 유소년 팀을 거쳐 성인 무대에 올랐다. 독일 19세 이하(U-19)와 21세 이하(U-21) 대표팀까지 두루 경험했을 만큼 잠재력 있는 미드필더로 인정받은 선수였다. 그러나 카스트로프에게 가장 큰 의미를 준 선택지는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5년 8월, 공식적으로 카스트로프의 소속 협회가 독일축구협회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변경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에서 뛸 자격을 얻게 됐다. 같은 해 8월 말,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A매치 미국과 멕시코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카스트로프가 미드필더로 최초 포함되었다.
그간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에는 장대일, 강수일과 같은 혼혈 선수가 이름을 올린 적은 있었지만, 외국 태생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전적으로 외국에서 성장한 선수의 성인대표 발탁은 카스트로프가 처음이다. 이는 한국 축구계 내에서도 상당한 상징성을 가지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카스트로프를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킨 홍명보 감독은 그에 대해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꾸준하게 성장해 온 선수”이며,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그의 파이터 같은 성향과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카스트로프는 수비형 미드필더, 즉 6번 자리와 8번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그동안 분데스리가 2부 FC 뉘른베르크에서 뛸 당시, 2시즌 연속 6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단순 수비 임무 외에도 공격 지원 능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의 압도적인 태클과 전진 드리블은 독일 리그 내에서도 뛰어난 기록으로 손꼽힌다.
독일의 축구 통계 매체에 따르면, 카스트로프는 2024-25 시즌 2부리그에서 태클 성공 30회 이상, 전진 드리블 170회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7명 중 한 명이다. 이는 매우 공수 양면 능력을 겸비한 미드필더로 성장했음을 방증한다. 그런 카스트로프는 최근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로 이적하며 자신감과 기대치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수비적 역할에만 치중하지 않고, 공격 기여 점수까지 고르게 쌓은 그의 스타일은 기존 태극전사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기존 대표팀 3선에는 김진규(전북 현대), 박용우(알아인), 황인범(페예노르트), 원두재(코르파칸) 등 기성 선수들이 있었지만, 카스트로프는 더 거칠고 파이터적인 성향이 뚜렷한 미드필더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그가 기존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자원임을 언급했다.
카스트로프는 미드필더 외에도 특이하게 풀백 포지션에도 임시로 투입된 경험이 있다. 2022-23 시즌 말미, 팀 동료이자 주전 라이트백이 부상하자 감독이 그를 대체 자원으로 기용했다. 이 때 7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데 소질도 보여주었다. 다만 주 포지션은 어디까지나 미드필더이며, 풀백은 부업에 가까운 역할인 셈이다.
이런 기록이 알려지며 대한민국 대표팀 내에서도 풀백 자원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전문가들은 기본 포지션인 미드필더 활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카스트로프 선수 개인의 태도도 대표팀 선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대표팀 소속을 원했고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며, 어머니와의 애착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늘 갖고자 했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자주 밝혀왔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그의 의지는 이미 예전부터 여러 매체와 관계자를 통해 알려졌고, 관련 행보를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자 축구대표팀에서도 미국-한국계 혼혈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가 발탁되는 등, 한국 축구계는 외국계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계 혼혈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활동하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실력 있는 자원이라면 기꺼이 대표팀 문을 열어주고 있다.
대표팀 소속 변경과 발탁 과정은 비교적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FIFA 공식 서버상의 협회 소속 변경이 확인된 뒤 카스트로프는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선택했다. 그간 마빈 박, 야스퍼 테르헤이더, 트리스탄 데커 등 여러 한국계 선수들이 대한민국 대표팀과 연이 있었지만, 실제로 성인 대표팀까지 합류한 것은 이번이 거의 최초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트로프가 대표팀 문화와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표팀 소집을 앞둔 카스트로프 역시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팀 내에서 빠르게 적응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팀 동료와의 경쟁 역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국내파 및 해외파 미드필더들과 다른 유형의 선수인 만큼,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기용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뛰어난 운동량, 파이터적인 성향, 그리고 수치로 증명된 활동량은 팀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카스트로프가 중원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보여줄 경우, 대표팀의 전술적 다양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계 전문가들 역시 그의 합류가 대표팀의 스쿼드 완성도와 전력 향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들 역시 그의 합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리그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며 성장한 그의 능력이 한국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자리에 직접적인 보강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독일에서만 훈련과 생활을 해온 그가 한국 대표팀의 문화적 특성과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팀 내 커뮤니케이션, 전술 이해,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호흡 등 여러 관문을 넘어야 진정한 대표팀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적응만 잘 해낸다면, 그의 실력과 의지,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데엔 대부분의 관측이 일치한다. 카스트로프의 선발은 단순히 한 선수의 발탁을 넘어,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실험, 새로운 도전이자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카스트로프가 A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이중국적 혹은 외국 태생 선수를 발탁하는 긍정적인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선수 수급 정책에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결국 2025년 8월, 대한민국 축구 사상 최초로 외국 태생 혼혈 선수가 A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시대 변화와 다양성, 그리고 역량 우선주의라는 현대 축구계의 흐름에 부합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