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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 수가 없다 원작 소설 액스

newslife108 2025. 9. 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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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액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현실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범죄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평범한 샐러리맨인 버크 드보어가 제지회사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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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소설 『액스』는 구조조정과 해고의 파고에 휘말린 중년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한다는 극단의 선택을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작품은 스릴러의 서사 장력과 사회파 소설의 현실 진단을 결합하며, 블랙 유머를 통해 도덕적 불감의 확산과 체제적 압력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주인공 버크 드보어는 미국의 전통 제조업 기반인 제지회사에서 20여 년을 헌신한 관리직 직원으로 시작한다. 회사 합병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생계, 자존감, 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잃는다.

버크의 초반 대응은 상식적 구직 노력이다.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다니지만, 연차가 높은 중년이라는 낙인과 업계 전반의 인원 감축으로 번번이 좌절한다.

경제적 압박은 가정의 균열로 이어지고, 부부 간의 소통은 위축되며 자녀들과의 정서적 거리는 벌어진다. 그는 스스로를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부품”처럼 여기는 자기비하의 함정에 빠져들고, 밤마다 불면과 초조가 일상화된다.

이때 버크는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악마적 발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발상을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그의 변화는 본격화된다.

그는 가짜 구인광고를 내 동일 업계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수집한다. 비슷한 직군, 더 젊거나 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선별한 뒤, 그들의 생활 패턴을 조사하고 약점을 파악하며 접촉 최소화 원칙을 세운다.

버크는 감정을 배제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명목상의 ‘윤리 규약’을 자가 설정한다. 그러나 그 규약은 일탈의 죄책감을 무디게 하는 자기기만의 체계로 기능한다.

첫 살인은 우발과 계획의 혼종처럼 그려지며, 버크는 당혹과 환멸, 공포와 안도라는 상충 감정의 파열을 경험한다. 그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인식으로 자기합리화를 강화하고, 재취업이라는 목표를 절대선처럼 신격화한다.

범행은 점차 체계화되고, 버크는 증거 제거, 동선 위장, 목격 회피 등 사전·사후 관리에 숙련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범죄의 기술적 정교화가 어떻게 도덕적 판단의 마비와 동반 상승하는지를 목격한다.

가정에서는 그의 이중생활이 미세한 징후로 드러나지만 명시적 의심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이는 가족 관계의 피로와 경제적 공포가 만들어낸 무언의 공모와 회피를 보여준다.

경찰의 수사망은 연쇄적 사건의 상관성을 더듬으나, 동기와 피해자 간의 산업적 연결고리가 은폐되어 추적은 난항을 겪는다. 버크는 자신의 ‘평범함’과 사회의 무감각을 방패 삼아 은폐의 안전지대를 확장한다.

작품의 전개는 매번 다음 후보를 찾아내고, 추적하고, 제거하는 루프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각 루프는 환경, 변수, 위험의 양상이 달라지며 독자의 긴장감은 사건의 반복이 아니라 변주의 축적에서 발생한다.

버크가 세운 원칙은 사건이 반복될수록 유연하게 왜곡된다. 처음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레토릭은 ‘합리적 전략’이라는 냉소적 프로그래밍으로 변질된다.

서사의 미덕은 버크가 괴물이기 때문에 살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구조적 절망과 생존 압박 속에서 ‘괴물의 논리’를 습득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는 점이다. 독자는 혐오와 공감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자신 또한 체제의 프레임 안에서 어디까지 물러설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이 소설의 제목 ‘The Ax’는 도끼를 뜻함과 동시에 해고를 의미하는 속어적 뉘앙스를 지닌 중의적 장치다. 도끼날은 목재가 아니라 사람의 경력, 생계, 존엄을 ‘절단’하는 은유로 작동한다.

웨스트레이크는 장면 구성에서 일상의 디테일을 섬세히 배치해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자동차 주차 동선, 이력서 폴더 정리, 우편 수발, 지역 상권의 CCTV 사각지대 같은 요소는 범죄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하면서도 현대인의 생활 속 불안의 풍경을 병치한다.

문체는 건조하고 절제되며, 블랙 유머가 내면 독백과 상황 아이러니에서 솟는다. 웃음은 윤리적 안전판이 아니라, 감정의 둔감화와 사회적 냉소의 증상으로 제시되어 오히려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버크의 자기서사는 거짓말 탐지기를 피하는 언어의 교본처럼 기능한다. 그는 감정을 이름 붙이지 않고 결과를 보고하며, 책임을 개인이 아닌 ‘시장’과 ‘합리성’에 분산시켜 죄의식을 희석한다.

가족은 작품의 윤리적 미장센을 형성하는 핵심 축이다. 아내와의 관계는 공감의 결핍과 생계 압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삐걱거리지만, 동시에 가족의 평온을 위해 진실을 회피하는 모순적 끈끈함을 보여준다.

직장과 노동의 의미는 이 소설의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일은 생계의 수단을 넘어 정체성과 공동체의 편입 증표이며, 그것이 사라질 때 인간은 스스로를 ‘삭제 파일’처럼 느낀다.

경쟁의 논리는 범죄의 핑계가 아니라 내면화된 규범으로 묘사된다. 버크는 “경쟁은 원래 잔혹하다”는 통념을 도덕 판단의 우선 원리로 격상시켜, 인간적 고려를 비용 항목으로 축소한다.

독자는 종종 버크가 체포되기를 바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가 들키지 않기를 비는 감정적 혼선을 경험한다. 이는 범죄 스릴러가 제공하는 오락적 긴장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 대한 거울 뉴런의 반응이 유발한 불편한 동일시다.

작품의 클라이맥스 부근에서는 버크가 사실상 ‘역량을 입증한’ 인물로 재탄생한다. 역설적으로 그의 범죄적 유능함은 그가 구직 시장에서 요구받던 문제해결력, 침착함, 실행력을 반전된 방식으로 증명한다.

결말부의 여운은 응보나 교화가 아니라 공허와 서늘함으로 남는다. 시스템이 만든 문제를 개인의 범죄가 임시로 봉합했을 뿐,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독자를 휘감는다.

웨스트레이크는 도덕적 판단을 독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을 재현한다. 이는 선악의 명료함을 해체하는 포스트모던적 회색 지대라기보다, 현실의 복합성과 제도의 무감각을 맨얼굴로 드러내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형식적으로 『액스』는 하드보일드의 건조함과 심리 스릴러의 내면 집중을 혼합한다. 플롯은 직선적이되, 인물의 자가 서사가 회오리처럼 돌며 도덕적 좌표를 흔든다.

상징 장치로서 도끼는 단지 물리적 살해 수단이 아니라, 구조조정 통지서, 성과표, 면접 탈락 통지 같은 제도적 폭력의 형상화다. 날카로운 금속의 질감은 표준화된 양식과 기계적 절차의 차가움을 반사한다.

산업 지형의 배경 설정은 중요하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 자동화와 아웃소싱, 합병과 다운사이징이 인물의 윤리적 환경을 실질적으로 만든다.

독법 차원에서 이 작품은 범죄의 미학화가 아니라 불편의 극대화에 방점을 찍는다. 그 불편은 메시지 전달 수단이자, 독자 스스로 현실의 잔혹한 합리성에 감응하고 있음을 자인하게 하는 장치다.

인물 구성은 버크의 독주에 가까우나, 주변인들은 거울과 배경으로 기능한다. 동종 업계 경쟁자들은 ‘이력서’라는 평면적 매체로 먼저 등장하며, 그들의 입체성이 결여된 방식은 비인간화의 문턱을 낮춘다.

경찰과 제도는 무능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그려진다. 범죄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제도의 무능보다는, 버크의 평범함을 통한 은폐와 사회의 피로가 만든 틈새다.

서사 전반에 깔린 아이러니는 ‘합리성’의 오염에 있다. 수치, 데이터, 후보군, 리스크 관리라는 언어는 원래 조직에서 칭찬받던 것들이었고, 버크는 그것을 범죄로 전용한다.

이 소설의 윤리적 급소는 ‘사람이 수단화되는 순간’의 포착이다. 버크는 타인의 삶을 방해물, 비용, 변수로 기호화하고, 그 기호화가 이행되자 실제 제거의 장벽은 낮아진다.

독자적 미학으로서 유머는 피상적 완충지가 아니다. 장면마다 스치듯 지나가는 농담은 세계의 온도가 이미 낮아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작동한다.

서사의 타이밍은 정교하다. 반복과 변주의 균형, 실패 직후의 우연, 위기 직전의 외부 변수 같은 장치가 과장 없이 리얼하게 배치되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이 끝까지 유지된다.

수용사적으로 『액스』는 출간 이후 장르 팬과 일반 독자 모두에게 강한 충격을 남겼다. ‘사회파 스릴러의 걸작’이라는 평가는 단지 범죄의 참신성 때문이 아니라, 독자에게 모호한 죄책감을 공유시키는 드문 체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어 번역 출간 이후 국내 독서계에서도 반복적으로 회자되며, 경제위기 국면마다 재조명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야기의 산업적, 심리적 장치가 특정 시공간을 넘어 구조의 언어로 작동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영화화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각색된 작품이 존재하며, 한국에서는 저명 감독이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 온 원작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화 논의는 서사의 긴장과 상징 장치가 시각적 언어로 옮기기 적합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육적 관점에서 이 작품은 노동 윤리, 기업 책임, 형사정의, 사회정책 토론의 훌륭한 텍스트다. 특히 실업·재취업 정책과 심리적 안전망의 중요성을 문학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버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불면, 과각성, 냉담화의 증상군을 보이며, 점진적 탈감작과 합리화가 결합된 위험한 학습을 겪는다. 이는 개인적 병리만이 아니라 구조적 스트레스의 결과로 독해되어야 한다.

윤리철학적으로 작품은 결과주의의 정당화와 의무론적 금지의 충돌을 실험한다. 생존을 위한 악행이라는 결과주의의 변명은 타인의 생명권이라는 의무론적 금기에 부딪치며, 독자는 두 층위의 언어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법사회학적으로 보면, 범죄의 은폐는 제도의 구멍이라기보다 사회적 무감각과 피로의 부산물이다. 모두가 힘들다는 통념은 타인의 위험 신호를 둔감하게 만들며, 공동체 감시의 촘촘함을 약화시킨다.

서사상 버크의 성공 여부가 핵심은 아니다. 훨씬 중요한 것은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무엇이 진짜 문제였는가’를 자문하도록 만드는 장치의 성공이다.

『액스』는 결국 체제와 개인의 경계에서 윤리의 좌표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무너짐이 예외가 아니라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상적 사건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이 작품을 읽을 때 권장되는 태도는 분노나 혐오의 즉각적 표출이 아니라, 불편함을 끝까지 견디고 질문을 수확하는 것이다. “이 세계가 다른 선택을 허용했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는 과정이 읽기의 핵심 성과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액스』가 범죄의 미화가 아닌 경고라는 사실이다. 이 경고는 제도적 복원력, 심리적 안전망, 노동시장의 존엄 회복이라는 과제를 우리 앞에 놓으며, 독자로 하여금 책임의 지평을 개인을 넘어 사회로 확장하게 한다.

이상으로 『액스』의 상세 해설을 마친다. 본 개요는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며 작품의 주제와 장치, 정서적 파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 https://suis-libris.tistory.com/entry/%EB%8F%84%EB%84%90%EB%93%9C-E-%EC%9B%A8%EC%8A%A4%ED%8A%B8%EB%A0%88%EC%9D%B4%ED%81%AC%EC%9D%98-%EC%86%8C%EC%84%A4-%E3%80%8A%EC%95%A1%EC%8A%A4%E3%80%8B-%EC%86%8C%EA%B0%9C
  2. https://sarak.yes24.com/blog/nanjappans/review-view/9773624
  3. https://pat98.tistory.com/1208
  4.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77778
  5. https://mindirrle.tistory.com/241
  6. https://ddoblog1.tistory.com/451
  7. https://blog.aladin.co.kr/723405103/16699440
  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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