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시

 

영화 귀시

 

2025년 9월 17일, 한국 극장가에서는 귀시라는 제목의 미스터리 호러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귀신의 시장이라는 직설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 인간과 귀신이 교차하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전개한다. 감독 홍원기는 기존의 ‘서울괴담’, ‘좀비헌터’ 등으로 장르적 실험과 세밀한 심리 연출을 선보여왔던 인물이다. 귀시는 그가 새롭게 창조한 신비롭지만도 섬뜩한 세계관 안에서 금기된 욕망과 대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배경은 매일 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은밀한 시장이다. 이곳은 여우의 얼굴 모양을 양손에 그려야만 길이 열린다.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맞대 여우의 얼굴을 만드는 동작은 영화 주요 소재이자 미스터리의 상징이다. 귀시 시장에 입장한 사람들 앞에는 상상할 수 없는 거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물건이 아닌 귀신이 사고팔린다. 귀신을 거래하는 이 위험한 시장에는 단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단 한 번 산 귀신은 결코 돌려보낼 수 없다. 둘째, 귀신과는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일상적 고민과 좌절을 겪으며, 사회적 시선과 자신의 한계를 늘 절감하고 있다. 어느 날 주변에서 들려오는 괴담과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려다 귀시란 존재를 알게 된다. 욕망을 가진 자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이 비밀스러운 시장에서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중심부로 걸어 들어간다. 시장의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모였다. 어떤 이들은 돈, 어떤 이들은 외모 혹은 인기, 또 다른 이들은 이루지 못했던 꿈과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이 시장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귀시의 법칙은 냉혹하고 엄격하다. 귀신을 선택하면 반드시 손에 넣는 대신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공포를 안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랐던 것을 이루는 대신, 돌이킬 수 없는 대가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욕망과 탐욕, 인간 본연의 심연을 쫓는다. 주인공 역시 불안과 갈등에 휩싸이지만, 절박한 상황 속에서 점점 규칙을 어길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첫 규칙은 귀신과 교환한 뒤의 상황을 원상 복구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두 번째 규칙은 귀신의 정체와 마주하는 순간 진실로 위험이 닥침을 경고한다.

영화 ‘귀시’는 서양 공포영화의 단순한 악령이나 저주 모티브와 달리, 한국 사회에 전해지는 전통적 미신과 금기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예로부터 밤마다 열리는 비밀스런 시장, 금기를 어길 때 따라오는 저주,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 속에 새겨진 깊은 두려움 등이 영화 전체를 아우른다. 귀신을 사고파는 일은 곧 현실 속에서 억눌렸던 욕망과 금기의 경계를 넘는 행위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물리적 공포를 촘촘하게 다룬다.

주연을 맡은 문채원은 기존의 따뜻하고 모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혼돈과 불안, 절망에 휩싸인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관객들이 주인공의 불안과 공포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좁은 시장 골목, 깜빡이는 불빛, 그리고 수상한 상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과정은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또 다른 주연 유재명 역시 극 중에서 욕망에 흔들리는 인간의 복합적 심리를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관객들은 두 배우의 연기 합을 통해 압도적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에는 시장의 규칙을 알려주는 기묘한 안내인, 원하는 귀신을 중개하는 파렴치한 상인, 그리고 거래의 대가를 겪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사정과 사연을 가진 채, 서로 미묘한 긴장과 불신 속에서 얽힌다. 때로는 연민이, 때로는 경계심이 관객에게 고요하게 스며든다. 귀시는 극적 반전을 거듭하며,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에 반드시 그림자가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미장센은 어둡고 음울하면서도 섬세하다. 감독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공간과 색채감을 활용해 관객에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갑작스런 소리와 그림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전통 공포영화의 형식을 넘어선다. 실제로 귀시는 시각적 공포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잔상을 남긴다. 모든 거래의 끝에는 그 무엇도 예측하기 어려운 파국이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욕망, 금기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감독 홍원기는 영화가 단순한 오락이나 자극적 장면에 머물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직면하도록 연출했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현장의 긴장과 씁쓸함, 그리고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두려움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귀시는 최근 한국 공포영화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 문제의식을 결합한다. 오랜 시간 아시아 사회에 존재해 왔던 괴담과 금기의 연결 고리가 극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단순히 놀라움을 자아내기보다,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내면의 갈등을 함께 전한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귀신을 구매하는 모든 이들이 제각기 사연을 가졌다는 점은 영화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이들은 단지 공포에 놀라는 도구가 아니라, 욕망과 후회의 실제적인 주체로서 관객을 공감하게 만든다. 귀신과 거래하는 자의 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원하는 것을 얻고 짧은 행복을 누리지만, 곧이어 상상도 못한 고통과 맞닥뜨린다. 누군가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두려움에 파묻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귀시의 핵심 메시지는 뚜렷하다. 무엇이든 대가 없는 소원은 없으며, 욕망의 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를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전한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시장의 불빛이 하나씩 꺼지고 주인공이 홀로 남는 순간,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한 주인공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귀시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욕망, 그리고 그 욕망 뒤에 숨어있는 금기의 테마를 섬세하게 그려낸 웰메이드 미스터리 호러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 강렬한 캐릭터, 압도적인 연출이라는 세 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또한 새로운 배우들의 도전과 기존 배우들의 변신이 어우러져 영화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귀시는 이제껏 한국 영화계에서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세계관과 메시지, 그리고 깊은 공포적 체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회자될 작품이 될 것이다.

1. https://namu.wiki/w/%EA%B7%80%EC%8B%9C
2. https://ta5005.tistory.com/38
3. https://m.news.nate.com/view/20250822n18098?mid=e03&list=recent&cpcd=
4. https://news.nate.com/view/20250828n17018
5. https://cine21.com/movie/info/?movie_id=62522
6. https://www.youtube.com/watch?v=saAjwo1RUpU
7. https://www.kmrb.or.kr/kor/CMS/Board/Board.do?mCode=MN166&mode=view&mgr_seq=43&board_seq=32292
8. https://www.indiegrou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