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자는 '분도(分道)론'이 오는 6월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발원지는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예비 후보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분도와 관련된 당위성, 대안 등을 설파하며 도민들의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염태영 조정식 찬성
가장 먼저 분도론을 꺼낸 후보는 염태영 후보(전 수원시장)다. 염 후보는 지난 13일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북부자치특별도'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염 후보는 이 자리에서 "2026년 지방선거 때는 경기북도지사를 새로 뽑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정식 후보(더불어민주당ㆍ경기 시흥을)도 염 후보와 비슷한 시각이다. 분도가 필요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분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는 당선이 되면 분도 로드맵 수립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분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동연은 신중론
김동연 후보(전 부총리)는 분도에 대해 신중하다. 김 후보는 2022년 4월 18일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북부 재정자립도가 남부보다 낮고 지역 불균형도 심각한 만큼 이를 선결하는 게 먼저"라며 "성급한 분도는 재정악화로 이어져 북부 도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이 지사는 2018년 도지사 선거 당시 분도에 대해 성급한 추진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경기 남북 간 격차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후보(더불어민주당ㆍ경기 오산시)는 경기 북부 전담 부지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도정 분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부전담 부지사에게 인사와 예산권 등을 넘겨 실질적인 북부 지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이다.
국민의힘은 신중한 입장
김은혜 후보(성남 분당갑)는 2022년 4월 20일 의정부 경기북부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분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분도를 요구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분도는 그간 경기북부 주민들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게 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그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다만 "우선 근본적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분도론'은 1990년대 이후 선거철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1992년 대통령선거 때 첫 분도론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1996년과 2000년 치러진 15대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분도론은 가깝게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양기대 후보는 분도론에 찬성했고, 이재명 후보는 '단계적 분도론'을 제시했다. 선거에서는 단계적 분도론을 주장한 이 후부가 당선됐다.